미래교육, 미래학교는 개인의 독특하고 고유한 특성과 장점 및 재능을 배려하는 교육, 즉 개별화 · 차별화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로즈(T. Rose)는 “평균의 종말(The end of average, 2015)”에서, 두 개의 눈송이가 똑같지 않은 것처럼, 우리 각자는 독특한 개인이므로, 사람들을 평균이라는 잣대를 두고 비교 · 평가할 것이 아니라, 고유한 개인으로 이해하고 개별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교육은 누구나 자신의 재능 특성과 수준에 알맞은 다양하고 최적화된 학습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하는 포용적 교육(inclusive education)이어야 한다.
이 책은 개인의 강점이나 재능을 중심으로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학습자는 잠재력이나 능력에 있어 결코 동일하지 않으며, 배움의 동기나 요구도 같지 않다. 그렇지만 학습자에 알맞은 성취 목표를 설정하여 수준별 맞춤형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면, 누구나 성공적인 학습자로 성장해 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하였다. 뛰어난 교사와 평범한 동료 교사를 구분 짓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를 꼽자면, 그가 다른 사람을 발달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느냐의 여부(Spencer & Spencer, 1993)에 달려 있다고 한다. 학생이 배움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학습능력의 차이라기보다는, 학습내용을 터득할 속도와 시간을 미리 고정시켜 놓고 인위적으로 강요한 탓인 만큼, 학습자 특성에 적합하게 충분한 배움의 시간을 허용한다면 대부분의 학습자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Bloom, 1985).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교육자들이 이론적·실천적으로 재능 개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 매우 유용한 지침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영재나 재능교육의 복잡하고 난해한 이론을 소개한 책이 아니다. 교육자들이 학습자의 재능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알맞은 교육 서비스 기회를 마련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여행 가이드와 같은 책이다. 이 책에는 그동안 트레핑거 박사와 그 연구팀이 축적해 온 재능개발 교육의 실천적 지혜(phronesis)와 경험들이 그대로 농축되어 있다. 재능개발 프로그램 설계의 이론적 근거와 15가지 핵심 원리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이 원리들은 재능 발굴과 교육 프로그램 설계에 있어 일종의 만능열쇠(master key)와도 같은 것으로서, 교육현장에서 이를 성공적으로 적용한 갖가지 실천사례들도 접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에 기반한 개인 맞춤 설계형 교육이 부각되는 요즘, 이 책은 우리에게 이론적으로 충실하게 무장된 재능개발 프로그램 설계자의 역량이 무엇인지를 잘 일깨워 준다. 평소에 교육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여러 가지 교육 행위들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 우리가 왜, 무엇을, 누구를 위해, 어떻게 그런 교육활동을 수행해 왔는지에 대해 스스로 물을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그만큼 영재교육 이론가나 연구자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교육현장에서 재능개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운영해 가는 현장 실천가들에게도 매우 유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목차
■ 역자 서문 / 3
제1장 서 론 …… 17
혼자서는 일을 잘 할 수 없어요. / 19
의도적이고 목적성을 지닌 재능개발 노력들 - 그 합당한 근거 / 24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성과 / 28
재능개발 프로그램 설계의 제도적·전략적 목표 / 30
요 약 / 31
제2장 수준별 맞춤형 프로그램의 기본 틀 …… 35
발명 사고력 신장 프로그램 / 36
효과적인 프로그램 설계의 기초 / 38
수준별 맞춤형 접근 방법의 기본 구성 / 42
네 가지 수준의 프로그램 / 43
자주 묻는 질문들 / 53
남은 이야기 / 57
제3장 수준 I: “모든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 63
잭슨 선생님(Ms. Jackson)의 사회과 수업 / 63
수준 I 프로그램이란 무엇인가? / 66
논리적 근거와 목적 / 68
“모든 학생”을 위한 수준 I 프로그램의 실행 / 70
수준 I 프로그램의 실천 사례들 / 76
남은 이야기 / 84
수준 I 프로그램의 설계방법 안내 / 86
제4장 수준 II: “다수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 91
스미스(Smith) 중학교에서의 수학 심화 프로그램 / 91
수준 II 프로그램이란 무엇인가? / 93
논리적 근거와 목적 / 94
“다수 학생”을 위한 수준 II 프로그램의 실행 / 96
수준 II 프로그램의 실천 사례들 / 104
남은 이야기 / 111
수준 II 프로그램의 설계방법 안내 / 112
제5장 수준 III: “일부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설계 …… 119
케빈(Kevin)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 설계 사례 / 120
수준 III 프로그램이란 무엇인가? / 121
논리적 근거와 목적 / 123
“일부 학생”을 위한 수준 III 프로그램의 실행 / 124
수준 III 프로그램의 실천 사례들 / 133
남은 이야기 / 141
수준 III 프로그램의 설계방법 안내 / 142
제6장 수준 IV: “소수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 147
사라(Sarah)의 자율연구 프로젝트 / 147
수준 IV 프로그램이란 무엇인가? / 149
논리적 근거와 목적 / 152
“소수 학생”들을 위한 수준 IV 프로그램의 실행 / 155
수준 IV 프로그램의 실천 사례들 / 161
남은 이야기 / 165
앞의 5장에 덧붙여서 / 166
수준 IV 프로그램의 설계방법 안내 / 167
제7장 수준별 맞춤형 프로그램의 계획·실행·평가 …… 171
레이크사이드(Lakeside) 지역의 학교들 / 171
“체제적 접근법”을 이용한 계획 수립 / 173
교실, 학교, 지역교육청에서 수준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 177
프로그램 설계에서의 질적 지표 / 181
수준별 맞춤형 프로그램의 평가 / 182
남은 이야기 / 191
■ 추천도서와 참고자료 / 193
■ 영재교육 기관 및 프로그램 안내 / 197
■ 재능 발굴 프로그램 안내 / 207
■ 찾아보기 / 210
저자소개
이 책의 대표 저자는 트레핑거(Donald J. Treffinger, 1941-2019) 박사이다. 그는 창의성과 영재교육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학자로서, 코넬 대학교(Cornell University)로부터 교육심리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퍼듀대학교(Purdue University), 캔자스대학교(University of Kansas), 버팔로주립대학교(Buffalo State College) 교수로 근무하였다. 미국 플로리다주 새러소타(Sarasota, FL)에 위치한 “창의학습센터(Center for Creative Learning)” 소장으로서, 미국영재학회(National Association for the Gifted Child)의 대표적 학술지인 “영재와 영재교육 연구(Gifted Child Quarterly)”의 편집장, 잠재력과 능력이 뛰어난 영재아들을 위한 정기간행물 “영재아 부모교육론(Parenting for High Potential)”의 편집장을 역임하였다.
트레핑거 박사는 생전에 창의성과 창의적 문제 해결의 본질 및 평가, 영재 발굴과 재능개발 등에 관한 400편 이상의 논문과 저서를 집필하였다. 세계 각지에서 창의성과 영재교육에 관한 워크숍을 개최했으며, 미국 및 국제기구의 컨설턴트로 활동하였다. 그의 뛰어난 업적을 인정받아, 미국 영재교육협회(NAGC)는 그에게 공로상과 토런스 박사(E. Paul Torrance) 창의성 상(賞)을, 또한 세계영재교육학회(WCGTC)도 창의성 연구상을 수여하였다. 2009년에는 캐나다 위니펙대학교(University of Winnipeg)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수여받기도 했다.
한편, 이 책의 공동저자인 영(Grover Young), 나삽(Carole Nassab) 및 위티그(Carol Wittig) 등은 모두 “창의학습센터”의 일원으로서 교육자이자 교사 훈련가로서 왕성한 연구 활동을 펼쳐 오고 있다.
최호성(崔鎬成)은 1995년부터 경남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3년 경북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학박사(교육과정·수업 전공)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위스콘신대학교(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교육연구소에서 실제 생활 맥락을 토대로 한 수학교육방법론(realistic approach to mathematics education)의 대가인 롬버그 박사(Dr. T. Romberg)의 지도를 받아 수행평가(performance assessment) 중심의 대안적 평가 접근 방법을 연구하였다.
1998년 8월, 부·울·경 지역 최초로 당시 과학기술부 지정 “경남대학교 과학영재교육센터”를 설립하면서, 영재선발 및 영재교육 프로그램 관련 연구와 실천에 노력해 왔다. 2003년 국내 최초의 과학영재학교인 한국과학영재학교(개교 당시 부산과학영재학교) 개교에 관한 정책 연구진에 합류한 이래, 전국의 과학영재학교 설립과 운영 및 과학고등학교 내실화 방안을 추진하는 데 앞장서 왔다. 이때, 한국형 과학영재 사사교육 모형으로 널리 알려진 “과학영재학교 R&E (청소년 창의연구) 교육 모형”을 창안해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의 대표적인 학생 자율 탐구 프로그램으로 정착시켰다.
미국 오리건대학교(University of Oregon) 영재교육센터(TAG Center)에서 소장 드뷰즈 박사(Dr.Marji DeBuse)와 함께 한국과 미국의 재능 맞춤형 영재교육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였고, 2008년부터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과학고발전사업단” 단장을 맡아 전국의 과학고등학교에 입학사정관제를 응용한 자기주도학습 전형 방식 도입, 조기졸업생 비율 하향 조정, 창의적 탐구활동으로서의 R&E 프로그램 지원 확대 등에 힘써 왔다. 특히, 과학영재들의 창의적 탐구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2015년부터 전국 과학고 및 과학영재학교 학생들의 R&E 연구 논문을 엄선하여 <청소년과학창의연구(The Journal of Youth in Scientific Research)>라는 학술지를 발간해 보급한 바 있다.
한편, 2014년 한국교육과정학회 부회장, 2018년 한국영재학회장, 교육부 중앙영재교육진흥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교육과정 및 수업에 관한 교육학적 일반이론을 토대로 영재나 상위 성취 학습자들을 위한 수준별·맞춤형·차별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적용하는 연구를 계속해 오고 있다. 또한, 한국의 과학영재교육 정책 및 실천 경험을 아세안 국가들과 공유·확산하기 위해 2019년 여름에는 베트남 호치민시(HCMC, Vietnam)에서 “한-베 청소년 과학영재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하여 양국의 차세대 청소년 과학자들이 교류·협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학생의 창의성과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신장하기 위해 교사들과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방법을 교육현장에 적용하는 협업 연구를 하고 있다. ‘디자인 싱킹으로 희망을 디자인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H·O·P·E의 네 가지 학습주제 영역(건강·개방성·평화·환경)에 따라 초·중등학교의 창의성 신장 수업모형을 개발하고 있으며, 학생캠프와 교원연수과정을 통해 교육현장에 디자인 싱킹 기반의 새로운 교육모델을 적용·확산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